언터쳐블: 1%의 우정

제목에 대해

영화가 시작하면서 처음에 등장하는 타이틀은 Untouchable이 아니라 Intouchable입니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와 같이 의도적인 오타는 아닙니다.
답은 영어의 untouchable에 해당하는 프랑스어가 intouchable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한 마디 대사 없이도 이 영화가 프랑스 영화임을 알 수 있기도 합니다.

제목의 의미를 알기 위해 우선 네이버 어학사전에서 영어 untouchable의 뜻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3가지 뜻이 나옵니다.
1. (사람을) 건드릴 수 없는
2. (남이) 손댈 수 없는
3. (과거 인도 계급제도에서) 불가촉천민의
프랑스어 사전에서 intouchable을 찾아보아도 유사한 의미가 제시됩니다.
영화 내에서 untouchable이라는 단어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기 때문에 위의 여러 뜻을 바탕으로 이 영화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알기 위해서는 영화의 내용을 살펴 보아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untouchable은 두 명의 주인공들을 각각 의미합니다.

필립은 상위 1%의 귀족남입니다.
으리으리한 대저택에 살고, 고급 승용차가 있고, 가정부와 정원사들이 있고, 심지어 자기 소유의 경비행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불치병으로 아내를 잃었고, 자기 자신마저 경추 손상으로 얼굴을 제외한 전신마비 상태로 살아갑니다.

그가 untouchable인 신체적인 이유는 당연히 전신마비에서 기인합니다.
운동신경이 손상되었기 때문에 손을 움직일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을 touch할 수 없습니다.
또한 감각신경이 손상되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touch를 느낄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그가 untouchable인 정신적인 이유는 아내와의 사별 때문입니다.
사랑했던 아내를 불치병으로 잃고 난 뒤로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지 못해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6개월 동안이나 온갖 시적인 표현이 담긴 사랑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펜팔을 해 왔던 여자에게 전화를 할 용기도 없습니다.
만나자는 약속을 잡고서도 상대방이 몇 분 늦자 도망치듯 자리를 피합니다.

드리스는 하위 1%의 무일푼입니다.
그는 세네갈 출신으로, 어렸을 때에 부모를 떠나 프랑스에 있는 이모 집으로 입양되어 왔습니다.
가진 재산도 없고, 갱에 소속되어 강도짓을 하다가 6개월간 수감생활을 하다 온 뒤로는 양부모 집에서도 쫓겨나서 잘 곳도 없습니다.
그가 필립의 도우미 직에 지원한 것은 단지 구직 거절을 3번 당해야 받을 수 있는 실직 수당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가 untouchable인 이유는 필립과 달리, 신체적이나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touch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untouchable의 3번째 뜻인 `불가촉천민`에 보다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볼 때에 그는 가난하고 무능한 흑인으로서 불가촉천민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편견과 무시는 필립의 친구나 필립의 딸의 대사로부터도 알 수 있습니다.

오프닝에 대해

별다른 크레딧 없이 마치 액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자동차 추격씬이 처음부터 등장합니다.
과속을 하다가 경찰에 쫓기고, 경찰에 붙잡힌 뒤에 필립의 연기로 위기를 모면하고,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아 도착한 응급실 앞에서 경찰을 따돌리고 다시 달아나는 장면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 장면들은 짧지만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영화의 주연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합니다.
필립과 드리스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필립이 장애인이고 전신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드리스가 과감하고 무모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필립과 드리스가 친한 친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차에 타고 있는 필립과 드리스가 내기를 하는 장면이 두 번이나 등장합니다.
이는 `내기`가 이 영화의 발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필립은 수습 기간인 2주 이내에 드리스가 자신의 도우미 직을 그만둘 것을 두고 내기를 합니다.
이에 드리스는 오기가 생겨 내기를 받아들여 도우미 직을 시작하는 것이 전체 이야기의 발단에 해당합니다.

한편으로는 영화의 절정을 미리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영화의 주된 장르는 드라마로서, 액션이나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주지는 못합니다.
유일하게 긴장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이 추격장면으로, 영화 전체의 구성상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즉 이 영화는 절정을 오프닝에서 한 번 더 보여줌으로써 D – A – B – C – (D) – E 의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절정을 오프닝에 보여줌을 통해 긴장감을 돋우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오프닝에서 보여진 장면이 영화의 중간에 언제 다시 등장할지를 추측하면서 볼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처음부터 자막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을 알립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아예 그러한 사실을 자막으로 알리지 않거나, 알릴 경우에는 영화 시작부나 끝부분에 알립니다.
각각의 방식에는 장단점이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을 처음에 알린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특별한 내적/외적 갈등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고, 마지막에 큰 반전이 있어서 충격적인 결말로 파국을 맞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다소 뻔해지는 부분이 있더라도 처음부터 실화임을 전제로 이야기를 전개하면 극적인 효과나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낮춘 상태로 영화를 접하게 되므로 더 몰입하게 되고 감동받을 수 있습니다.

그 이외에

이 영화에서는 빈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필립의 아내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었는지
필립이 다른 도우미 지원자들을 떨어트리고 드리스를 채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드리스가 강도일을 했던 사연은 무엇인지
드리스의 실제 예술적 소양은 어느 정도인지
드리스의 동생이 연루된 사건이 무엇이기에 드리스가 도우미 일을 그만두어야 했는지
드리스가 필립에게서 훔쳐갔던 계란을 어떻게 다시 찾았는지
필립의 딸과 그 남자친구와의 관계는 결국 어찌 되었는지
이렇게 빈 부분이 많은 것은 치밀하지 못한 구성으로 보아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필요한 내용을 과감히 생략하고 주된 이야기 전달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며,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열어 놓아 여운을 남기는 효과가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좋게 느껴졌습니다.

장애와 상처, 소외 문제를 다루면서도 영화의 분위기가 우울해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전반적으로 유머로 가득차 있기 때문입니다.
유명 클래식들을 들으면서 전화 대기음, 광고음악, 톰과 제리 등을 이야기하는 드리스의 엉뚱함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엔딩에 대해(이하 스포일)

필립과 드리스의 후일담이 자막으로 소개되면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필립은 재혼해서 두 아이를 낳았다고 합니다.
그가 정신적인 장애를 극복했다는 점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재혼을 했다는 데에서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그가 두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는 그가 신체적인 untouchable 상태를 일부 극복했다는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드리스는 사업을 했고 결혼해서 세 아이를 낳았다고 합니다.
이는 그가 가난하고 무능한 상태에서 벗어나 사회에 적응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필립과 드리스는 여전히 친한 친구라고 합니다.
이는 우정을 통한 상처의 극복이라는 영화 전체의 주제와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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