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고시 실기시험 후기

접수

의사고시 실기시험은 두 달 정도의 기간에 걸쳐 하루에 수십 명씩 한 장소에 모여서 시험을 치른다.
시험 기간 중 날짜별로, 학교별로 실기시험을 치를 인원수만 배정되어 있고, 특정 날짜에 누가 시험을 치를지는 학교에서 조정해 준다.

우리 학교는 매년마다 국시실기 날짜 정하는 방법을 새로 결정한다.
올해는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한 뒤 순서대로 자기가 시험칠 날을 고르기로 정했다.
나는 중간 정도의 순서를 얻었고, 10월 마지막 날을 골랐다.
실기시험을 일찍 끝내고 필기시험을 여유있게 준비하고 싶었기 때문에 내가 고를 수 있는 날 중에서 가장 이른 날짜를 골랐다.
그러나 실기시험 기간 중간에 새로운 문제 세트로 바뀌는 시점이 있는데, 내가 고른 날짜가 그 시점 직후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어 마음 한켠에는 불안감도 있었다.
곧이어 실기시험 접수가 시작되었고 나는 내가 고른 날로 실기시험 접수를 했다.
실기시험 접수 비용은 56만 8천원이었다.

접수가 마감된지 20일이 지나 실기시험 응시표를 출력할 수 있는 기간이 시작되었다.
국시원 홈페이지에서 내 응시표를 출력해 보니 나는 오후 3시까지 입실을 완료해야 하는 3사이클에 배정받았다.
시험을 아침 일찍 끝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시험날 오전에 최종 술기 점검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준비과정

10월 초에 종강을 했고, 그 때부터 실기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cpx와 osce 중에서 osce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주로 cpx를 준비했다.
나와 같은 날 실기시험을 치는 동기형과 함께 real cpx 책을 위주로 공부했다.
책에 나와 있는 질문 항목들을 빼놓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고, 혹시 빠트린 내용이 있으면 그 때마다 체크해 두었다.
아직 국시 필기 공부를 제대로 시작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론이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서 실기시험을 통해서 배우기도 했다.
실기 시험일을 1주 앞두고서는 real cpx 책을 한 번 다 보았고, 본격적으로 osce 준비를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의과대학 이러닝 컨소시엄 홈페이지에 있는 술기 동영상을 보면서 준비했고, 실기 시험 1주일 전부터는 학교에 있는 임상술기센터에서 연습했다.
도중에 술기센터가 문을 닫고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는 기간이 있어서 술기센터에서 연습하지 못하기도 했는데, 그때는 신경학적 검진 등 별다른 장비가 필요 없는 술기를 연습했다.

당일

전날 받은 의외의 문자 한 통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서 밤잠을 설쳤다.
늦잠을 잤지만 오후 3시 입실까지는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학교 임상술기센터에 가서 모든 osce 항목들을 차례대로 복습해 보았다.
유일하게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은 안저검사였는데, 한쪽 눈은 한번에 보였지만 반대쪽이 잘 보이지 않아서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점심을 함춘당에서 간단히 먹고 국시원 시험장으로 출발했다.
1시가 다되어 도착한 시점에는 이미 다른 수험생들이 몇명 와 있었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real cpx 책을 가지고 다시 한 번 복습을 했다.

2권째 절반 정도까지 본 상태에서 시험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가운을 입고, 시험장에 가져갈 수 있는 물품만 챙기고 나머지 짐을 사물함에 넣고 한 층 위로 줄지어 이동했다.
위층 입구에서 소지품을 검사한 뒤에 교육장으로 들어갔다.
사이시험을 기존 방식대로 종이에 볼지, 아니면 새로운 방식대로 컴퓨터로 볼지를 조사하고 그에 맞추어 시험 답안지와 메모지를 나누어 주었다.
나는 기존 방식대로 종이에 사이시험을 보기로 했다.
이름과 수험번호를 기록한 뒤에 메모지를 다시 회수해 갔다.
그런 뒤 실기시험 관련 동영상을 시청했다.
동영상 교육이 끝난 뒤 시험 시작 전까지는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이경, 검안경 등을 만져볼 수 있는 시간이 몇 분 주어졌다.
나는 우선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 이경과 검안경을 조작해 보았다.
곧이어 수험번호대로 복도에 입장하여 자기 자리에 앉았다.
나는 osce 방에서 시험을 시작했기 때문에 시험 시작 이후 처음 5분간은 그냥 의자에 앉아서 대기했다.
osce 시험 시작 1분 전에 교육장에서 나누어 주었다가 다시 회수해 갔던 메모지를 돌려받았지만 osce 시험에는 불필요했기 때문에 다음 번에 앉을 책상에 메모지를 두고 osce 시험을 치러 들어갔다.
첫 번째 osce 방에서의 시험이 끝난 뒤 대기하는 동안 cpx case에 대해 문진하면서 체크할 사항을 메모지에 기록해 두었다.
실기시험 문제를 유출하면 안되기 때문에 이후의 시험 과정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만 기록한다.
실제 실기시험은 연습보다 어려웠다.
cpx 6개 문제, osce 6개 문제 등 총 12개의 문제 중에서 시간도 남았고 완벽하게 통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3문제 뿐이었다.
나머지 문제들에서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빠트린 항목들이 있었다.

마지막 cpx 문제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마지막 cpx 문제였다.
학장단 cpx 책과 real cpx 책에도 나오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문제였다.
시험시간 10분 중 처음 5분까지는 알코올 중독 문제로 생각하고 그에 맞추어 문진을 했는데, 나중에서야 다른 약물 중독인 것을 깨달았다.
처음 보는 유형의 문제인데다 시간이 5분 지난 다음에서야 원인 약물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크게 당황했다.
남은 시간 동안에 시험을 끝내기 위해서 말을 2배 속도로 하고 신체검진을 대충 한 덕분에 환자교육 시간을 확보하는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무엇을 교육해야 할지를 몰라 막막했기 때문에, ‘이런 얘기들 중 하나는 맞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쏟아냈다.
시험실을 나와 복도에 앉아 사이시험 문제지를 받아들었을 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사이시험지에 채워야 할 빈칸에 비해 내가 쓸 수 있는 답은 너무나 적어서 절망스러웠다.

시험 이후

사이시험 시간이 끝나고 복도를 나와 아래층 대기실로 돌아와 짐을 챙기는데 마음이 답답했다.
시험을 치기 전까지는 시험만 끝나면 날아갈 것처럼 기분 좋을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빼먹은 항목들이 자꾸 생각이 났고, 실기 시험에 떨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시험 어땠냐고 묻는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킬 수 없어 무난하게 보았다는 얘기를 했지만 속마음은 편치 않았다.
만약에 마지막 cpx 문제를 첫 방에서 만났다면 당황해서 나머지 문제들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cpx 문제의 여파 때문에 시험 끝난 후 1주일 동안은 밤마다 국시 실기에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결과

실기 시험 합격 여부는 필기 시험 결과와 함께 1월 23일에 발표되었다.
내 실기 시험 결과는 다음 글에서 알 수 있다.

3줄 요약

  1. 의사고시 실기시험 기간 중 10월 마지막 날을 골라서 접수했다.
  2. 종강 이후 1달여 동안 동기형과 함께 cpx와 osce를 준비했다.
  3. 국시원에 가서 실기시험을 보았는데, 연습할 때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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