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집도를 했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이번 달에 암센터 자궁외과 수술장 인턴으로 근무중이다.
매일 아침 8시에 수술장으로 출근했다가 오후 4시~9시에 수술장에서 나오는 일정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매일 반복되는 하루 중에서도, 어제는 나에게 특별한 날이 되었다.
암을 제거하는 큰 수술을 하던 중간에 점심시간이 되었다.
때마침 충수절제술을 할 단계였다.
그 수술 내의 다른 과정과는 달리, 충수절제술을 할 때에는 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같이 수술하던 참여하던 사람 중 2명은 점심식사를 하러 보내고, 나와 집도의 선생님만 남아서 충수절제술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집도의 선생님께서 나에게 앞으로 어떤 과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내가 수술하는 과에 관심이 있다고 말씀드리자, 선생님께서 나에게 충수절제술을 집도할 기회를 주셨다.
물론 메스만 내가 들었을 뿐, 집도의 선생님이 시키시는 대로 마치 아바타처럼 수술하는 것이었다.

이전에 다른 선생님들께서 충수절제술을 하시는 과정을 몇 번 보았기 때문에 내가 수술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직접 해보려니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집도의 선생님께서 한 단계씩 차분히 알려주신 덕분에 무사히 충수절제술을 해낼 수 있었다.

그 수술의 나머지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메스로 충수를 잘라낼 때의 날카로우면서도 묵직했던 손맛은 기억에 남는다.
본과 1학년 해부학 실습 때에 스칼펠로 카데바를 절개하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느낌이 사뭇 달랐다.

그날 오후에 있었던 또 다른 수술에서는 피부를 봉합하는 과정에서 내가 직접 매듭을 만들기도 했다.
집도와 마찬가지로 실제 수술에서 매듭을 만드는 경험도 난생 처음으로 해 보았다.
여러 모로 2013년 7월 9일 화요일은 나에게 의미 있게 기억될 것이다.

참고로 이렇게 해당 수술의 첫 집도를 한 것을 ‘이와이’라고 부른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당시에 수술방에 있던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관례이다.
나는 커피를 대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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