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소판 헌혈을 했다

오프를 맞아 헌혈을 했다.
이번이 26번째 헌혈.

사실 자유롭게 헌혈을 하기 위해 학생 때부터 인턴 8월을 기다려 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말라리아 위험지역 여행력.

학생 때에 해외로 의료봉사활동을 갔고, 의료봉사지역은 대개 말라리아 위험 지역이었기 때문에 여행 후 1년간은 전혈, 혈소판 헌혈이 불가능하고 혈장 헌혈만 가능했다.
문제는 봉사활동을 여름(7월)마다 매년 다녀왔기 때문에 전혈, 혈소판 헌혈이 불가능한 기간이 1년씩 매 번 연장된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내가 전혈이나 혈소판 성분 헌혈이 가능하게 되는 것은 인턴이 되어 해외로 봉사활동을 다녀올 수 없게 된 이후였다.

그리고 작년 라오스로 봉사대를 다녀온 지 1년이 지나 드디어 8월이 되었다.
마침 퇴근 후 헌혈을 할 여유가 생겨 일산동구청 근처에 있는 헌혈의 집을 찾았다.
꼼꼼한 문진 이후에 전혈 헌혈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처음에는 나에게 전혈 헌혈을 할 것인지를 물었으나, 내가 혈소판 헌혈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문진하던 간호사는 반가워하면서 내게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 여유가 나는지 묻고 피검사를 했다.
오른팔에서 헌혈하겠다고 하니 내 왼팔에서 vacutainer에 채혈하여 EDTA bottle에 담는 것을 보며 “CBC를 위해서 저렇게 많이 뽑을 필요 없이 0.5cc만 뽑으면 될텐데”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직업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혈하는 동안 금세 CBC 결과가 나왔고 혈소판 수치가 29k라서 헌혈하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준비가 다 된 뒤에 누워 오른팔에서 헌혈을 시작했다.
책도 읽고 웹 서핑도 하다 보니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나갔고 어느새 헌혈은 끝나 있었다.
헌혈이 끝나갈 때쯤에는 입술도 저리고 몸에 힘도 빠져서 약간 힘들기도 했다.

헌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길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약간의 보람이 있었기에 걸을만 했다.
매번 헌혈할 때마다 느끼는 보람이라는 것은 단순한 헌혈증이나 기념품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다.
내가 만났던 혈액종양환자 중 한 명에게 내가 제공한 혈액이 제공될 수도 있다는 생각.
젊고 건강하다는 특권을 감사하게 여기고 이것을 보다 가치있게 쓰겠다는 생각.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은 지금 해야 한다는 생각.

할 수 있을 때까지 헌혈은 계속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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