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0년차입니다

10월 8일

인턴 하계수련회에서 공지한 바대로, 올해부터 이비인후과도 사전면접(arrange)을 하기로 했다.
사전면접에 앞서, 이비인후과 설명회가 이날 저녁에 열렸다.
나는 그날 아침에 상을 당해서 지방으로 내려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설명회에 참석할 수 없었다.
설명회에서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지원동기를 포함하여 자기소개를 했고, 모임이 끝날 무렵에는 다음 주 중 면접에 참석 가능한 날짜를 조사했다고 한다.
나처럼 사정상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한 지원자들에게는 면접에 참석 가능한 날짜를 알려달라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10월 12일

사전면접 날짜가 14일로 결정되었다고 통보받았다.
더불어 면접일 아침까지 주어진 양식에 맞추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여 보내라는 연락도 받았다.

10월 14일

새벽에 일어나 2시간만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여 마감 시한을 10분 남기고 제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과에서의 오전 근무를 마치고 면접 시간에 맞추어 서울대병원으로 갔다.
면접 대기실에는 남자 지원자 7명, 여자 지원자 4명이 있었다.
현역 원내턴이 아닌 사람들이 많이 지원했기 때문에 지난 주의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한 나에게는 대부분이 초면이었다.
면접은 남자 먼저, 나이 많은 순서대로 1명씩 치렀다.
남자 중에서는 내가 2번째로 어렸기 때문에 전체 중 6번째로 면접을 보러 들어갔다.
들어가서 인사드리자마자 면접관 중 한 교수님께서 “우리가 왜 자네를 뽑아야 하는지 설명해 봐”라고 하셨다.
첫 질문이 워낙 강렬해서 이후의 다양한 면접 내용은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면접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면접을 보고 나온 지원자들은 각자 하던 일을 하러 갔다.
나는 당직을 서기 위해서 다시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돌아왔다.

10월 17일

사흘 전에 보았던 면접 결과가 나왔고, 합격 여부를 듣기 위해서는 다시 서울대병원으로 찾아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함께 소아과에서 근무하는 다른 인턴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본원으로 갔다.
교수님 연구실을 찾아 개별 면담 형식으로 합격 여부를 통보받았다.
사정상 자세하게 적을 수는 없지만 긍정적인 소식을 들어서 기뻤다.

11월 15일

의대생 커뮤니티 사이트에 ‘2014_레지던트_티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다시 말해 2014년 각 병원별 레지던트 1년차 정원이 확정되었다는 의미였다.
나의 관심사는 내년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정원 숫자가 기존의 7명으로부터 변동이 있는지 여부였다.
정원이 증가하는 것은 나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정원이 감소하는 경우에는 기존 합격자 중 불합격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행히 본원 4명, 분당 2명, 보라매 1명의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정원에는 변화가 없었다.

11월 18일

원서 접수를 1주일 앞두고 레지던트 모집계획 공고가 서울대병원 채용정보 게시판에 올라왔다.

원서 이외에도 몇 가지 서류가 필요했으나 자기소개서나 추천서 등과 같이 준비하기 까다로운 서류는 없었다.
다만 원서에 부착할 사진이나 토익 성적표는 부모님 집에 있어서 부모님께 가져다 달라고 부탁드렸다.

11월 21일

인턴 성적이 발표되었다(인턴 성적이 나왔다 참조).
만족할 만한 성적을 받았다.

11월 25일

비가 내리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원서접수 첫날에 접수하기로 했다.

작성했던 원서, 토익 성적표, 입금증 등의 서류를 가지고 예전에 인턴 원서 접수를 했던 곳과 동일하게 교육연구부 행정팀을 찾아 원서를 제출했다.

앞의 3자리(011)는 병원 코드(서울대병원), 중간 2자리(16)는 지원과목 코드(이비인후과), 마지막 3자리(017)는 병원별 접수순서를 의미한다고 했다.

현장 접수와는 별개로 온라인 원서접수도 해야 했는데,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돌아온 뒤에 잠시 시간을 내어 접수했다.
이후로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도중에 가끔씩 시간 날 때마다 레지던트 지원 현황을 새로고침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11월 27일

오후 5시에 원서접수가 마감되었다.
원서 접수 이튿날 오전부터 1:1로 유지되던 이비인후과 경쟁률이 변함 없이 마감되었는지에 주로 관심이 있었다.

다행해도 원서 접수가 마감될 때까지 추가 지원자는 없었다.

12월 8일

전날 당직이었지만 다행히도 잠은 충분히 잘 수 있었다.
팁스 책 2권 중 내과 파트를 챙겨서 병원을 나섰다.

병원 정문 로비에서는 잠실고로 전공의 시험을 치러 갈 인턴들을 위한 버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8시에 본원에서 출발해서 아침식사로 제공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공부하다 자다를 반복하다 보니 금세 잠실고에 도착했다.

나는 수험표를 챙겨오지 않았기 때문에 잠실고 신관 1층에 위치한 시험본부에 찾아가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수험표를 재교부받았다.

내가 배정받은 고사장에 가 보니 수험번호 순서대로 자리가 배정되어 있었다.

그제서야 사전면접에서 합격한 다른 이비인후과 지원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공부를 조금 하다가 시험 시작 시간이 되었다.
문제에서 묻는 게 무엇인지가 보이는 게 대부분이어서 객관적인 문제 난이도가 쉽다고는 느꼈다.
그러나 사전면접에서 합격한 뒤로 도무지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던 나에게는 답을 고르기가 힘든 문제들이 많았다.
시험이 끝난 이후에는 아침에 탔고 왔던 버스를 다시 타고 본원으로 돌아와서 안과 당직을 섰다.

12월 9일

전날 치른 전공의 시험 성적 통보를 하루 종일 기다렸다.
결국 오후 6시가 조금 지나서 각 과목별 점수, 총점, 지원자의 평균 점수가 문자로 발송되었다.
내 성적은 이비인후과 지원자 중에서는 평균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였고, 득점 백분율로 따지면 6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다.
점수가 그다지 높지는 않았지만, 공부한 만큼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었다.

12월 11일

면접을 앞두고 6일 연속으로 당직을 서다 보니 마지막날 당직 때에는 체력이 바닥났다.
자정에 하려고 했던 일을 하지 못하고 잠들어 버려 새벽 4시부터 당직일을 시작했다.
일을 마무리한 뒤 씻고 나서 면접과 실기시험 준비를 시작한 것은 6시 반이었다.
6시 50분까지 면접 장소로 모여야 했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면접 문제와 실기 시험의 기출문제는 알고 있었고, 아침부터 눈이 많이 내려 면접관 중 몇몇 교수님께서 늦으시면서 면접 시간도 늦춰졌다는 것은 나에게 다행이었다.
면접은 접수한 순서대로 한명씩 보았고, 이비인후과 지원자 중 가장 먼저 접수했던 나부터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 내내 분위기는 좋았고, 면접장을 나설 때에는 합격을 예감할 수 있었다.
7번째 지원자의 면접이 끝난 뒤에는 다같이 모여 실기시험을 치렀다.
기출문제의 유형은 알고 있었지만, 문제 유형을 알더라도 풀기 쉽지 않은 문제였다.
시험이 모두 마친 뒤에는 지원자들끼리 간단히 인사를 하고 연락처를 교환한 뒤에 흩어졌다.

12월 13일

면접날 저녁부터 난무했던 합격, 불합격에 관한 소식은 이날 오후 4시에 병원 홈페이지 채용정보 게시판을 통해서 합격자 명단이 발표될 때 사실 여부가 판명될 예정이었다.

실제로는 오후 3시가 약간 지나자 합격자 명단이 공개되었다.

이비인후과의 지원자 7명 모두 합격했다.
나중에 확인해 본 결과 사전면접을 치르지 않은 과들 중 일부는 경쟁률이 1대1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원보다 적게 뽑기도 했다고 한다.
2007년에 같이 입학했던 의예과 동기 70여명 중 서울대병원 레지던트에 합격한 사람은 40명 정도라는 사실도 듣게 되었다.
경쟁을 뚫고 합격한 몇몇 동기들에게 합격을 축하하는 연락을 주고받았다.

나는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0년차가 되었다.
아직은 인턴이지만 내년에는 레지던트 1년차가 될 예정이라는 의미이다.
두 달 전부터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공식적인 합격 통보를 받으니 느낌이 달랐다.
불확실하기만 했던 내 미래 중에서 7년(레지던트 4년, 군대 3년)은 윤곽이 잡혔기 때문이다.
내가 원했던 과에 합격해서 수련받게 되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몇 년간 밤낮없이 고생할 생각을 하니 걱정도 된다.
수련과정을 잘 마쳐서 훌륭한 이비인후과 의사가 되고 싶다.

관련 포스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를 발행하지 않을 것입니다.